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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 제정 과정 총정리

by 내디디니 2025. 9. 20.
외래어 표기법 제정 과정 총정리

도입부: 외래어와 표기법의 필요성

한국어는 순우리말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지만, 역사적으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수많은 외래어가 유입되었습니다.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자어가 들어온 것은 물론, 근대 이후에는 일본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 외래어가 차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하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없었고, 같은 단어라도 신문, 책, 학교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쓰이는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coffee’는 ‘코피’, ‘가피’, ‘커피’ 등으로 쓰였고, ‘bus’는 ‘바스’, ‘보스’, ‘버스’ 등으로 혼재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학습자와 독자가 혼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사회 전반의 의사소통에도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따라서 외래어를 한국어 음운 체계에 맞게 통일하여 표기하는 규범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제정은 단순히 언어학적 문제를 넘어, 교육, 출판, 언론, 학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언어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였습니다.

초기 외래어 표기의 혼란기

19세기 말 개화기 이후 서양 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외래어 사용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표기 규범이 마련되지 않아 같은 외래어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기되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교과서마다 표기가 제각각이었으며, 심지어 한 출판물 안에서도 통일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hotel’은 ‘호델’, ‘호탤’, ‘호텔’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고, ‘piano’는 ‘피아노’, ‘피애노’, ‘피안노’ 등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외래어의 발음을 어떻게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부 학자와 신문사에서는 발음에 충실한 표기와 원어 철자 중심의 표기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은 없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발음을 따라 표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해방 이후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습니다.

1933년 맞춤법 통일안과 외래어 표기

한글 맞춤법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인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도 외래어 표기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었습니다. 조선어학회는 당시 외래어 표기의 기준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으며,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맞추어 외래어를 적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규정은 아직 체계적이지 못했고, 한정된 범위에서만 적용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어를 비롯한 서양 언어에서 들어온 단어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지만, 발음과 철자 간의 괴리가 큰 경우가 많아 일관된 표기를 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club’은 [클럽]으로 정착했지만, ‘garage’는 ‘가라지’, ‘개러지’ 등으로 혼용되었습니다. 조선어학회의 시도는 외래어 표기법 제정의 첫걸음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의 억압으로 인해 본격적인 연구와 제정은 해방 이후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해방 이후와 외래어 표기법 제정

해방 이후 국어의 독립성과 규범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외래어 표기법도 큰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1940~1950년대에는 국립국어연구소와 학계가 중심이 되어 외래어 표기법의 필요성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영어 교육이 확산되고 서양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일관된 외래어 표기 규범이 절실히 요구되었습니다. 1986년, 국어심의회는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하고 공식적으로 공포하였습니다. 이 표기법은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맞추어 외래어를 적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coffee’를 ‘커피’, ‘bus’를 ‘버스’, ‘computer’를 ‘컴퓨터’라고 표기하는 식입니다. 표기법 제정 당시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 차용된 단어들도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발음을 기준으로 하되, 한국어 음운 규칙에 맞추어 조정하는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외래어 표기는 공식적인 규범으로 정착하게 되었고, 교과서, 언론, 출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외래어 표기법과 보완

1986년 제정된 외래어 표기법은 지금까지도 기본 틀로 유지되고 있으나, 사회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화 시대와 글로벌화로 인해 새로운 외래어가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기존 규정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표기법의 해설서를 발간하고, 새로운 단어에 대한 표기 기준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whisky’를 ‘위스키’, ‘spaghetti’를 ‘스파게티’, ‘pizza’를 ‘피자’로 규정했으며, 일본어, 중국어 등에서 들어온 외래어도 한국어 음운에 맞추어 표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IT 용어와 브랜드명, 음식 이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기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립국어원은 사회적 합의를 반영해 규정을 수정·보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비표준 표기가 확산되는 문제도 함께 고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외래어 표기법은 고정된 규범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꾸준히 발전하는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외래어 표기법 제정의 의의

외래어 표기법 제정 과정은 한국어가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언어적 정체성을 지켜온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초기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쓰여 혼란을 빚었지만, 1933년 맞춤법 통일안과 1986년 외래어 표기법 제정을 통해 한국어는 외래어 표기에서도 규범을 확립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단어의 표기 방식을 정하는 것을 넘어, 국민 모두가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교육, 언론, 출판, 학문 등 사회 전반에서 언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외래어가 계속 유입되는 만큼, 외래어 표기법은 유연하게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한국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외래어 표기법 제정 과정은 우리 언어가 스스로의 체계를 지키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적응해 온 소중한 발자취라 할 수 있습니다.